나는 차를 세우고 내려 조금 걸었다. 거리는 말랑말랑한 촉감의 물질로 포장되어 있었다.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신비한 소재였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온천수처럼 뜨거운 비였다. 나는 근처의빨간 공중전화 부스로 일단 몸을 피했다. 대찬 소나기였다. 공중전화 부스 안에 서서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고 있을 때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비를 맞으며 잰걸음으로 다가 왔고 그는 서슴없이 내가 있는 부스 문을 열어젖혔다. 나는 남자도 비를 피하려 한다고 생각하며 조금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런데 그는 다짜고짜 주머니에서 뾰족하고 번뜩이는 칼을 꺼냈다. 주방용 식칼 정도 되는왕성한 크기였다. 제기랄, 강도인가? 나는 강도를 만났을 때의 기본 매뉴얼처럼 번쩍 손을 들었다. 좁은 공중전화 부스 안에선 피할 ..
엘리자베스 레어드의 한 뙈기의 땅(A Little Piece of Ground)를 읽었다. 중고서점 한쪽 구석에 박혀 있는 것을 제목에 끌려 고른 것이었다. '안네의 일기'가 나찌에 의해 탄압을 받은 유태인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작품은 유태인때문에 고통을 받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재 이스라엘의 영토는 원래 팔레스타인의 땅이었다.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땅임을 주장하며 강제로 점거하고 국제사회가 이를 공인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라말라 지역은 이스라엘 사람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곳으로 테러사건이 빈번하고 그에 따른 보복공격으로 한시라도 마음놓고 살 수 없는 곳이다. 이 작품은 이곳 팔레스타인 라말라에..
레너드 위벌리의 를 읽었다. 이 책은 그랜드 펜윅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후속작 도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나의 경우 월스트리트 공략기를 먼저 읽고 뉴욕침공기를 읽은 셈인데, 내용의 연결성으로 봐서 발표된 순서대로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소설은 풍자가 있는 코미디물이다. 즉, 웃기고 재미있으면서도 우리에게 뭔가 생각할 꺼리를 제공한다. 그랜드 펜윅은 저자 레너드 위벌리가 북부 알프스의 험준한 습곡에 만든 가상국가로 길이 8킬로미터, 폭이 5킬로미터 정도의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산악국가이다. 인구가 4,000여 명에서 6,000명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 자급자족이 힘들어지면서 평화롭던 그랜드 펜윅에 위기가 닥친다. 건국이래 600년 만에 처음으로 수출을 늘려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을 ..
무슨 연대급 단체가 또하나 생길 모양이다. '전 인민의 무장화'를 외쳤던 북한의 4대군사노선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연대가 많은 요즘, 그나마 사단급 단체가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지역사회의 문화창달을 위한 문화연대를 만들어 연대장을 해먹겠다고 강모가 나섰다. 나는 이런류의 사람들을 왕서방이라고 부른다. 자신은 재주를 부리지 못하면서 남의 재주로 먹고사는 사람들. 이 왕서방이 나에게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려달라고 하더니 이젠 정례모임에 참석하라고 반강제적으로 강권이다. 평소 무슨 일이든지 거절을 잘 못하고 허허 했던 탓이다. 발기인 모임때 잠시 살펴본 면면들이 얼굴에 제법 기름끼가 흐르는 것이 쇠푼이나 만졌음직한 외양들이긴 하지만 결코 문화하곤 어울리지 않았다. 아마 왕서방은 나에게 이번 군사작..
군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곡. 점호가 끝나고 이 소리가 들리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밤마다 행정반 앞에서 이 곡을 연주했던 나팔수 임모가 니니 로소가 이탈리아 사람이라는 것과 세계최고의 트럼펫 연주자라는 것. 그리고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인이라는 것을 알려준 것이 기억난다.
하퍼 리의 를 다시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나 다시 읽을 때나 이 작품은 언제나 나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저자 '하퍼 리'는 유일한 이 하나의 작품으로 1961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엘라배마 도서관협회상과 국제 기독교도 및 유대인 연맹조합상, 1962년 그해 최고의 베스트셀러상을 수상했다. (표지에서 인용) 작품속의 배경이 미국 남부 앨라베마 주의 메이컴이라는 조그만 마을인데, 저자 역시 앨라베마 먼로빌 출신이라 자연스럽게 이 소설이 그의 자전적 소설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이 책은 진 루이스 핀치(스카웃)라는 여성의 어린시절 회고담이다. 변호사인 아빠 애티커스 핀치, 오빠 젬, 삼촌 존 헤일 핀치(잭), 고모 알렉산드라, 요리사 아줌마 칼퍼니아 등이 그의 가족 구성원이고, 그외 누명을 쓴..
80년대 국내에서 리차드 클라이더만 과 함께 많은 사랑을 받았던 클래식 기타리스트 니꼴라스 드 앙젤리스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우리들에게 알려진 클래식기타 음악은 거의 니꼴라스의 연주인데,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함께 '슬픔의 안나를 위하여 눈물로 적은 시 (Quelques Notes Pour Anna)'가 가장 사랑을 받았다.
프랑스의 작곡가 폴 드 세느비유(Paul de Senneille)가 자신의 딸 아드린느(Adeline)를 위해 작곡한 곡으로 피아니스트 리차드 클라이더만이 연주하여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한 클라이더만은 이 데뷔곡으로 프랑스 챠트 정상에 올랐다. 2010/06/20 - 프랭크 밀스, 시인과 나
얼마전.. 오랜만에... 방송일을 접고 중국을 왔다갔다 하며 위안화를 버는데 열중하고 있는 P형과 산속에 박혀서 무엇을 하는지 도통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 K를 시내 모처에서 만났다. 기분좋게 악수하고 서로의 근황에 대한 짧은 보고를 하고는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고기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을 집중적으로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러다가 알콜이 문제였는지 '독도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언성이 높아지는 사태를 맞았으니 ... M: 뉴욕에서 독도를 광고하는 것은 독도를 지키는데 도움이 안된다. K: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것 보다는 낫다. 세계에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것을 알려야한다. P: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므로 일본의 주장은 무시하면 된다. M: 광고에 쓸 돈을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증거자..
1. 일 갑자기 일이 많아졌다. 어려운 경기에 배부른 투정이 절로 나온다. 오늘은 가슴이 답답하고 배가 아팠다. 친구 중 몇몇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또 몇몇이 병중에 있다보니 두려움이 생긴다. 그래도 일이 없어 시간관리하기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면 행복한 고민이다. 2. 사진 뒤늦게 사진을 공부하고 있다. 사진이 아니라 카메라라고 해야하나... 사진 잘 찍는 사람들이 부러워. 날이 완전히 풀리면 사진을 찍으러 다녀야겠다. 2010/03/16 - 그림의 떡, 라이카와 배두나 자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