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작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하나의 소시민의 입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돈문제에 주변강국에 시달리다 급기야 나라까지 빼앗긴 적이 있는 우리의 역사문제를 잘 버무려 달의 제국이란 이름으로 이야기를 엮었다. 시작부의 다소 건조한 이야기 전개로 인하여 읽는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으나 책장을 넘길수록 눈길을 끄는 힘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나 작품속 등장인물 우당의 이완용에 대한 강연내용은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정도로만 이완용을 이해하고 있던 사람들에겐 다소 황당함을 줄 것 같다. 어짜피 소설은 허구인지라 작품의 내용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따질 바는 아니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완용의 입장을 이해못할 것은 아니겠다라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옳바른 역사관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책을..
이제 설날이 코앞입니다. 애들말로 두 밤만 자고 나면 까치까치 설날이군요.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지나온 날을 돌아보니 혼자서 참 멀리도 왔습니다. 그대로 주저앉고 싶을때도 많았지만 어떻게 저떻게 버텨왔습니다. 뛰면 멀리 못가고, 천천히 가면 멀리 간다. 가까운 곳은 혼자 가고, 먼 곳은 여럿이 가라. 그러고 보니 참 미련 맞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혼자 뛰어 왔으니까요. 그래서 요만큼밖에 못왔나 봅니다. 이젠 먼 길을 함께 갈 여럿의 동행이 생겼습니다. 비록 목적지는 다르더라도 같은 방향으로 가는 친구들이 생기니 든든합니다. 간혹 서로의 어깨를 빌릴 수도 있겠지요.^^; 블로거 이웃님들 즐거운 설날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뭘더 2011/11/22..
삼포 가는 길, 장길산 등으로 유명한 황석역 작가의 신작<강남몽>을 읽었다. 야리끼리한 겉표지와 제목이 오해(?)하기 딱 좋게 생겼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산이 있고 강이 있는데 아무래도 어떤 지역의 풍경을 나타내는 듯하다. 확인할 길은 없으나 아마도 개발되기 전의 서울 강남의 모습이 아닐까 추측한다. 왜냐하면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이 강남이기 때문이다. 강남몽은 일제강점기부터 15년 전 어이없이 무너져버린 삼풍백화점 사건때까지의 현대사를 한편의 서사시처럼 엮어 놓았다.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 5장 375쪽으로 이루어진 장편 강남몽은 일반 소설과는 달리 이야기의 전개가 독특하다. 각 장마다 주연이 따로있다. 강남몽의 주인공인 박선녀를 중심으로 그녀의 주변인물들이 각 장의 주연들..
김탁환의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을 다시 읽었다. 이 책에 대한 독서감상문은 이전 블로그에 포스팅 하였지만, 블로그를 단장하며 묵은 글들을 걸러내는 와중에 같이 폐기되어버렸다. 아까뷔~ 하지만 제목처럼 잊혀지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라 다시 읽고 감상문을 새로이 적어본다. 이 작품은 사극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는 조선 숙종시대 장희빈에 얽힌 내용을 담고 있다. 매설가(소설가) 모독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중심으로, '구운몽', '사씨남정기'를 지은 서포 김만중과 장희빈과 그의 오라비 장희재 등 실존했던 인물들이 등장하는 역사 추리소설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이란 제목은 작품속의 주인공 모독이 서포 김만중을 주인공으로하여 '사씨남정기'의 탄생비화를 담아내고 있는 소설의 제목이..
MS의 새로운 브라우저 IE9.0 베타버전이 나왔다는 소리도 들리고, OS도 윈도7이 발표된지 제법 시간이 지났습니다. 나는 현재 데스크탑과 노트북으로 윈도 Vista와 XP 그리고 IE7과 IE8을 사용중이고 간간히 모질라를 이용하고 있습니다만, 주변의 환경이 궁금해서 <미디어로>접속자를 대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미디어로는 몇몇 블로거들이 트래픽을 공유하기 위하여 진행하는 실험명으로 상호간에 글을 노출시켜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게는 하루 3~5만명 정도가 미디어로를 매개로 각 블로그를 방문을 하는데 많을때는 10만명을 훌쩍 넘기기도 합니다. 실험대상으론 괜찮은 편이죠. 오늘은 그 중간쯤 되는것 같습니다. 네티즌의 절반 정도가 브라우저로 IE6.0 이용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IE8.0이 나온..
블로그를 열고 서평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꼭 적어야지 하면서도 쉽게 적을 수 없었던 책이 박완서님의<나목>이다. 나목은 화가 박수근(1914~1965)을 모델로 한 박완서님의 첫 작품으로, 내가 처음 읽었던 것은 1990년 늦가을 무렵이었다. 문단에 나온지가 올해로 이십년이 된다. 첫 작품이 裸木이었다. 그동안 단행본으로 나왔다가 절판되기도 하고 전집이나 선집에 수록되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손을 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기 작품을 읽으면서 엄정한 객관적 시각을 갖기는 불가능하다. 20년의 세월이 지났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 작품에 대한 나의 애착은 편애에 가깝다. 裸木을 생각할 때마다 괜히 애틋해지곤 한다. 가끔 여지껏 쓴 작품중에서 어떤 것을 가장 ..
김진명 작가의 최후의 경전을 읽었다. 코리아닷컴도 읽었으니 이를 포함하면 두 번을 읽은 셈이다. 개정된 최후의 경전에는 코리아닷컴에서 느꼈던 황당함이 많이 사라져있었다. 사실 코리아닷컴은 한참 인터넷이 부글부글 끓어오를때 발표된 작품이라 다소 현실감이 떨어진 면이 없지 않았다. 최후의 경전은 코리아닷컴의 여러 이야기 갈래 중에서 역사적 부분에만 조명을 비추어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최후의 경전은 원작에 비하여 많이 심플해졌다. 화각을 좁혀 집중도를 높인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작보다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작가 특유의 '급 마무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쉽다. 유대경전 카발라의 72명의 천사 자바 보로부두르 사원 72개의 불탑 소림사 72가지 무예 앙코르와트의 108개의 ..
산들산들 부는 바람을 맞으며 집을 나섰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싱그러워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늘 하던대로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그렇게 걷는 이유는 내가 오가는 길가에 가로수로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있고, 요즘은 은행알이 익어 바람에 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목적지까지 가다보면 은행알 서너 개씩은 주울 수 있기 때문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은 가을이 익을때로 익었는지 지나는 바람에 은행알이 우수수 떨어져 있었다. 대충 주워가면서 걸었는데 어느새 작은 봉지에 가득찼다. 급히 버려진 비닐봉지를 주워 그속에 넣었는데 한봉지 가득이다. 은행알이 몸에 좋다는 것을 우연히 알고 언젠가부터 가을이면 일부러 사먹지는 않지만, 떨어진 은행알 줍는 것은 재미삼아 열심히 ..
딱정벌레의 한 종류인 로메슈제의 감로에 한번 맛들이면, 그것을 마실 때의 기분을 따라갈 게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로메슈제의 분비물을 마시게 되면 아무리 강인한 의지라도 맥을 추지 못한다. 실제로 그 물질을 마시게 되면 고통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지력이 작용을 멈추게 된다. 로메슈제를 도시 안에 들여와 그 독물을 마시던 개미가 그것을 공급해 주던 로메슈제가 죽은 뒤에도 어쩌다가 살아남는 경우가 있는데,그러면 그 개미는 새로운 약을 찾아서 어쩔 수 없이 도시를 떠나게 된다. 그 개미는 더 이상 먹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한 채 탈진할 때까지 걷는다. 그러다가 로메슈제를 찾아내지 못하면, 풀잎에 달라붙어 죽음을 맞는다.금단의 고통을 이겨내려고 수없이 물어뜯은 상처를 온몸에 남긴 채로. - 소설 '개미' 중에서..
동이, 대장금, 허준…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사극이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는 것과 모두 이병훈PD의 연출로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대장금의 경우는 외국으로 수출하여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였고, 최근 종영된 동이는 외화 수출액이 860만 달러(약 97억)라는 보도가 있었다. 역시 대단한 이병훈PD라고 하겠다. 손대는 작품마다 황금알을 낳으니 가히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수더분하면서 순한 인상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연기자들의 입장에선 좋은 감독님일테고, 제작사의 입장에선 돈 잘벌어주는 능력있는 연출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시청하노라면 꼭 한 두번씩은 언짢아지는데, 연출가의 의도인지 작가가 그렇게 대본을 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