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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굴(Book review)

강태식의 굿바이 동물원

레이디수 2013. 1. 29. 21:40

강태식의 ‘굿바이 동물원’을 읽었습니다.

충동적 성향과는 거리가 먼 내가 어쩌다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즉흥적으로 선택한 책입니다.

 

‘울고 싶은 날에는 마늘을 깐다.’

첫줄에서 감이 왔는데... 허무하게 그 감이 딱 맞아버렸네요.

 

굿바이 동물원
굿바이 동물원

 

주인공 영수는 느닷없이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재취업에 도전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마늘 까는 부업을 합니다.

 

“나는 어쩌면 마늘을 까기 위해서 태어난 건지도 모른다. 마늘을 까기 위해서 지금까지 살아 왔고 앞으로의 삶도 마늘을 까기 위해 주어진 것 같다.

 

마늘까는 일에서 인형 눈알 붙이기, 종이학·공룡알 접기 등으로 일감을 다양화 하며 고군분투하던 영수는 어느날 삶의 터닝포인트를 맞게 됩니다.

 

일감을 대주던 부업 브로커 돼지엄마의 소개로 동물원에서 고릴라 탈을 쓰고 고릴라 흉내를 내는 일을 하게 됩니다.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 된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에 대한 갈등은 잠시뿐 현실을 수긍하고 동물원 생활에 적응해 나갑니다.

동물원엔 인간적인 동료 고릴라들(?)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동물원에 있으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 구실 같은 건 안 해도 돼. 솔직히 이 나라에서 사람 구실하면서 사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고. 난 거의 없다고 봐. 하지만 동물원은 달라. 사람구실은 못하지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동물원이야.

 

영수는 고릴라팀 조풍년의 말에 공감하며 나름대로 고릴라로써 사람구실하며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직 동물원 직원 소생이 동물원의 동물인간들에게 다른 세계를 제시하며 사람답게 사는 것마저 앗아갑니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자유의 땅’ 콩고로 가서 짐승 무리에 섞여 사는 만딩고의 ‘천국이 따로 없다’라는 말이 너무 마음 아팠습니다.

 

‘굿바이 동물원’은 IMF이후 휘청이는 시대의 한 단면을 잘 풍자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황당하고 우스운데 웃을 수 없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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