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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굴(Book review)

의녀 김만덕을 읽다

별이네(byul) 2013. 1. 6. 08:46

권무일 저 의녀 김만덕을 읽었다. 책을 다 읽고도 제때 감상문을 올리지 못한 것은 내용 중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계획성 없이 '닥치고 독서'식으로 양을 추구하는 독서생활을 했으나 기왕의 취미생활을 업그레이드 시켜보자는 의미에서 읽은 책들을 분류하여 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하기로  한 까닭으로 의녀 김만덕을 어디로 분류해야 할 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한국소설로 분류해두면 쉬운 일이겠으나 이왕 제대로 독서생활로 하기로 하였으니 좀 더 세분화 하고 싶었다. 가족끼리(스텔라식 표현하면 셋이끼리) 의논하여 만들어 놓은 기준으로 인물에 관한 책은 전기문학과 전기소설로 분류하기로 하였었다. 그러자면 결국 김만덕을 제대로 알지 않고서는 책의 내용에 대한 사실과 허구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터넷의 힘을 빌어 김만덕을 수소문해보니 상당 부분 책속 내용과 일치하는 점이 있으나 출판사에서도 장편소설이라 소개를 하였고, 저자 역시 김만덕에 관한 자료가 없어 애를 먹었노라 서문에 적어두었으니 작가의 상상력이 많이 가미되었을 것으로 판단하여 전기소설로 분류해두기로 하였다.

 

김만덕에게는 세 가지 기이한 것이 있다. 첫째는 기생의 몸이었음에도 수절한 점이요, 둘째는 많은 재산을 쾌척하여 가난한 사람을 도운 점이요, 셋째는 섬에 살면서 산을 좋아한 점이다.

 

또 김만덕에게는 네 가지 희한함이 있다. 첫째는 여자로서 순 임금과 항우처럼 겹눈을 가진 것이요, 둘째는 천민의 신분임에도 임금이 하사마를 내려 어전에 부른 것이요, 셋째는 기생 출신으로 승려에게 가마를 매게 한 것이요, 넷째는 변방의 섬 여인으로 내전의 사랑과 선물을 받은 점이다.

 

- 내용중에 삽입된 내용으로 정약용이 경세유표에서 김만덕을 언급하며 기록한 구절

 

김만덕은 여성이고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생활했던 실존 인물이다. 원래 양반의 피가 흐르는 양민이었으나 어쩌다 기생이 되었다가 뒤엔 상인이되어 많은 돈을 벌었고, 그렇게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의인이었다.

 

시대적으로는 조선 정조 때를 기준으로 크게 활약한 것으로 보이고 채제공, 정약용, 박제가, 박지원 등 당대의 인물들과도 교분이 있었던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도 김만덕의 굳고 높은 기상을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여자의 몸으로 그런 엄청난 일을 해내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굳이 남녀를 구별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시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놓일 수밖에 없는 여자의 몸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2009년 출간이니 꽤나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김만덕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하고 비슷한 류의 서적도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다. 비록 늦었지만 김만덕을 알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책속에서 채제공(책에서는 채재공이라 표기되어 있으나 채제공이 맞는 표현이다.) 이 김만덕에게 건넨 "積善之家必有餘慶 (적선지가 필유여경) 선행을 쌓는 집은 나중에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생길 것이다."라는 문구가 제일 기억에 남았다. 주역의 문언전에 실려있는 구절로 저자가 적절하게 인용한 것 같다.

 

또 김만덕에 대해 정약용이 그의 저서 경세유표에 김만덕을 "삼기사희(三奇四稀) 세 가지 기이함과 네 가지 희한한 것"라고 기록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데 김만덕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런 의인을 발굴하여 책으로 펴내는 것은 밝은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 여겨진다. 크게 재미있는 책은 아니나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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