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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굴(Book review)

히가시노 게이고의 위험한 비너스를 읽다

별이네(byul) 2017. 10. 19. 21:23

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의 위험한 비너스를 읽었다.

처음 책을 고르면서 살펴봤을 때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으나 섞어도 준치라고 천하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니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고른 것이다.

 

모두 읽고 난 지금 간단히 평가하자면, 소위 하는 말로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고 그저 그렇고 그런 작품 가운데 하나라는 것. 책을 펴낸 현대문학엔 미안하지만 돈 주고 구입할 만한 책은 아니다. 생각해보니 현대문학에 미안할 일은 아니다. 현대문학은 내가 서평을 올리는데 책 한 권 보내 준 적 없으니.

 

그동안 서평은 가급적 좋은 쪽으로 쓰려고 노력해왔다. 기왕지사 좋은 말만 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블로그를 쉬다가 다시 하면서 마음을 고쳐 먹었다. 세상에 좋은 이야기만 정보가 아니지 않은가. 좋지 않은 것도 정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정보가 없다면 어디선가 돈을 주고 책을 구입하고 있을테니.

 

위험한 비너스에서 하나는 인정해줄 만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 어떻게 이렇게 억지스럽게 재미 없는 이야기를 독자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끌어 나갈 수 있을까.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위험한 비너스'는 487쪽 짜리다. 책 편집상 여백으로 버려진 공간이 많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이다. 그런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별로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잘 풀어갔다. 그 점은 인정해줘야 한다.

 

위험한 비너스를 읽고 앞으로는 작가의 이름값으로 책을 구입하면 안되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이런 기분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팬이었다가 신을 읽고 완전 실망한 기분이 되살아 났다.

 

서평이랍시고 쓰고 있으니 뭔가 끄적여야 할텐데 뭔가 느낌이 오지 않으니 참 난감하다. 그냥 간략하게 줄거리를 살펴보는게 좋겠다.

 

일단 일본 작품은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지역명 등이 익숙치 않으므로 책을 읽을 때 유의해야한다. '위험한 비너스'의 주인공은 동물병원 수의자인 데시마 하쿠로이다. 어느 날 하쿠로에게 제수씨라고 주장하는 가에데라는 여성이 접근한다. 가에데는 자신의 남편이 행방불명되었다면서 도움을 요청하는데 하쿠로는 한 눈에 가에데에게 반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 이후로 시작되는데 사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억지스러운 설정이 도무지 작품에 몰입할 수 없게 한다.

 

이를테면 화가였던 하쿠로의 친부가 뇌종양에 걸리고 뇌종양으로 인해 두통을 호소하자 뇌를 연구하던 의사 야스히루가 호의로-물론 그 과정에 야스히루 부친인 고노스케의 내연녀가 하쿠로 친모와 동창이라는 설정이 있지만- 치료를 해주다가 우연한 일로 친부가 서번트 증후군에 걸려 '관서의 망'이라는 인간이 그릴 수 없는 그림을 그렸다는 내용인데 소설이니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이후의 전개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서번트 증후군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미리 예비해둔 설정으로 보이는데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콘텐츠를 담기엔 주변 정리가 너무 미흡했다. 그냥 서번트 증후군에 걸리면 뭔가 특별한 능력을 보인다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고.

 

뭔가 대단한 인물로 나올 것 같았던 동생은 끝 부분 몇 장에 별로 비중이 없는 역으로 등장하고, 인간이 발을 들이밀어서는 안되는 영역의 그림이라며 '관서의 망'에 집착하는 이모부 겐조의 집착이나 뭔가 대단한 패를 손에 쥐고 있는 듯 행동하는 유조의 캐릭터도 애매하다.

 

한 마디로 등장 인물 가운데 제 역할을 제대로 한 인물이 하나도 없다. 흡사 그림을 그리다 그만둔 느낌이랄까. 아주 여유롭게 뭔가를 즐기다가 갑자기 '그래서 저것은 이렇게 된거야'하고 정답을 알려 주고 급히 판을 접은 느낌이다.

 

책을 읽었으면 꼭 독후감을 적어야한다고 딸에게 교육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새김질 하기도 싫은 작품이 '위험한 비너스'다.

 

엄청난 부를 쌓은 어느 가문의 뚜렷한 이유 없는 쇠락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납치를 계획하고 있던 잠재적 범죄자를 잡기 위하여 함정을 파서 범인과 접촉하는 경찰의 움직임도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에 여유가 많아 읽어 보겠다면 굳이 말리지 않겠으나 일부러 돈들여 구입하라는 소리는 못하겠다. @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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