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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굴(Book review)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를 읽고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8. 17. 20:52

로기완을 만났다.
조혜진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

 

한 줄 요약  외로운 이의 삶을 따라가다.

 

'로기완을 만났다'는 아빠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책의 표지가 너무 진지해서 딱히 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아빠의 추천도 있고 진지해보이는 이 책을 읽으면 나의 독서 눈높이가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읽게 되었다.

 

'처음에 그는, 그저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다.'

 

이 문구는 아직까지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말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가 안쓰럽게 여겨져 그런 것 같다. 책을 읽고 '그'가 이니셜 L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일지도.

 

이니셜 L은 바로 로기완이다. 어머니의 시신 판 돈으로 탈북한 남자 로기완. 탈북에서부터 해외에서 불법체류자로 살기까지 이니셜 L로 불리는 로기완은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탈북하는 그 과정도 힘든 것이었겠지만 타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면서 난민신청 과정 역시 힘겨운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로기완을 공사관에서 난민 신청을 거절당한 부분을 읽었을 때 심한 분노를 느꼈다. 그 분노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나는 로기완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는지 알기에 그 노력이 결실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로기완은 난민 신청을 허가 받았다. 그리고 혜택을 받았지만 그는 불법체류자였던 한 여성을 만나면서 그 혜택을 버리게 되었다. 불법체류가 들키면 처벌 받기 때문에 그 여자를 다른 나라로 도망치게 도와주고 그 역시 난민의 자격을 버리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뒤따라 간다.

 

여기서 난 한 가지 마음에 걸렸다. 이야기로는 흠잡을데가 없다. 그러나 발 끝에 채이는 돌부리 같은 한 대목이 내 마음을 싸하게 만든다.

 

'선진국들은 난민이 다른 나라로 가 버리기를 은근히 바란다. 난민자격은 그 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이기에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이상 더는 난민으로써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프다. 국가에게 난민이란 어쩔 수 없이 드는 짐 덩어리들. '어쩔 수 없으니 받아 주기는 하지만 제발 가버려라'하는 마음이 독자인 나에게도 느껴지는데 당사자들은 어떨까.

 

서럽겠지.

무섭겠지.

 

그러나 난민 신청을 받아주는 나라도 제각각의 입장이라는 것이 있는 법. 무조건적으로 그들을 탓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난민을 계속 수용하다보면 그 국가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독일을 들 수가 있다. 과도한 시리아 난민 수용에 국가적으로 혼란스러운 독일. 이처럼 국가적으로도 난민을 수용하는데 있어서 문제점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나는 로기완과 같은 사람들을 동정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외로운 이, 로기완의 삶을 따라가는 여주인공의 여행기, '로기완을 만났다' 로기완의 삶과 별개로 나는 하나 더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안락사이다.

 

로기완의 난민 신처을 도왔던 분의 아내는 시한부였다. 매일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던 결과 스스로 투신 자살을 시도하기 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상황을 보게 된 아저씨는 아내에게 죽을 수 있는 약을 주고 선택하게 한다. 아내는 죽음을 택하고 아젔는 죄책감을 가진다. 고통스러워 하는 아내를 편안하게 해 준 것이지만 스스로 한 생명을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법적으로 안락사는 불법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아저씨가 아내를 안락사하게 한 후 들켰다면 처벌받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저씨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한 사람이다.

 

고통스러워 더는 살고 싶지 않은 이에게 그래도 살아라고 하는 것은 너무 잔혹하지 않을까? 그러나 안락사 역시 한 생명을 앗아가는 행동이다. 그렇기에 나는 단호하게 안락사가 옳다 그르다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난 아저씨께서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고통스러워 하는 아내를 편하게 해준 것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로기완을 만났다'는 로기완의 힘겨웠던 삶을 여주인공의 여행기로 풀어내는 동시에 안락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내포하고 있는 책이었다.

 

'로기완을 만났다'는 예상대로 진지했지만 다음장으로 술술 잘 넘어가는 마법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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