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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굴(Book review)

박완서의 나목(裸木)에 대하여

별이네(byul) 2010. 10. 30. 15:23

로그를 열고 서평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꼭 적어야지 하면서도 쉽게 적을 수 없었던 책이 박완서님의<나목>이다. 나목은 화가 박수근(1914~1965)을 모델로 한 박완서님의 첫 작품으로, 내가 처음 읽었던 것은 1990년 늦가을 무렵이었다.

문단에 나온지가 올해로 이십년이 된다. 첫 작품이 裸木이었다. 그동안 단행본으로 나왔다가 절판되기도 하고 전집이나 선집에 수록되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손을 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기 작품을 읽으면서 엄정한 객관적 시각을 갖기는 불가능하다. 20년의 세월이 지났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 작품에 대한 나의 애착은 편애에 가깝다. 裸木을 생각할 때마다 괜히 애틋해지곤 한다. 가끔 여지껏 쓴 작품중에서 어떤 것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망설이지 않고 裸木이라고 대답해온 것도 그런 무조건적인 애틋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 1990년 4월 박완서 (작가의 말 중에서)

개정판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0년에 나왔으니 나목은 다시 20년을 거슬러 올라가 40년 전에 나온 작품이 된다. 그리고 읽은지 20년이 지나 독후감(감히 서평이라고는 못하겠다)이랍시고 끄적이고 있으니 이 무슨 20년의 장난인지.

 

목은 6·25전쟁과 미군기지를 시대적·공간적 배경으로 주인공 이경이라는 처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있는 소설이다.

전쟁통에 오빠들이 폭격으로 사망하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마저 정신을 놓아버리자 이경은 정신적인 외톨이가 되어 혼란을 겪는다. 그 와중에 자신이 근무하는 미군기지의 초상화부에 옥희도라는 화가가 새롭게 들어오게 된다.

옥희도는 초상화부의 환쟁이들과는 달리 일제 때 몇 번 선전에도 입선을 한 그림밖에 모르는 화가이다. 초상화부의 사장 최만길이 돈을 벌기 위해 환쟁이들을 모아들이며 통상 사용하는 '불우한 예술가'가 아닌 진짜 '불우한 예술가'가 옥희도이다. 

옥희도의 이력을 알게 된 이경은 주문처럼 "그는 딴사람과 다르다. 그는 딴사람과 다르다…"를 속으로 되풀이하며 남다른 감정을 가지게 되고, 어느날 옥희도의 집에서 우연히 그가 그리고 있는 그림을 보게된 이경은 그속에서 옥희도의 절망을 읽어내고는 마음아파 한다. 

무채색의 불투명한 부우연 화면에 꽃도 잎도 열매도 없는 참담한 모습의 고목이 서 있었다. 화면 전체가 흑백의 농담으로 마치 모자이크처럼 오틀토틀한 질감을 주는게 이체로울 뿐 하늘도 땅도 없는 부우연 혼돈 속에 고목이 괴물처럼 부유하고 있었다.

경에 대한 작가의 심리묘사가 워낙 뛰어나 혹시 나목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이 아닌가 의심을 하였다. 작가와 이경이 살아온 주변상황이 너무도 흡사하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마 그런 질문을 꽤나 받았을 것 같다.

나목은 깊이가 있는 문학 작품이다. 나로선 감당하기 벅차 더 이상 제대로 소개할 자신이 없는 작품이 나목이다. 깊어가는 가을.. 나온지 40년이 넘었지만 아직 읽지 않았다면 더 늦기 전에 일독을 권한다. ⓒ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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