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의 가즈오의 나라, 몽유도원으로 재탄생 본문

책동굴(Book review)

김진명의 가즈오의 나라, 몽유도원으로 재탄생

별이네(byul) 2010. 9. 8. 22:18
몽유도원
가즈오의 나라와 몽유도원
베스트셀러 작가 김진명이 '몽유도원'이라는 새로운 작품을 출간하였다. 몽유도원은 예전에 발표하였던 '가즈오의 나라'를 제목만 바꾸어 재출간한 것으로 엄밀히 따지면 새로운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즈오의 나라는 1995년 발표되어 2003년 개정판이 나왔고, 이번에는 아예 '몽유도원'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한 작품을 몇 번에 걸쳐 우리에게 권하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관심을 짐작하게 한다.

가즈오의 나라를 읽은지 몇 년이 흐른 터라 새로운 책을 대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김진명 작가 특유의 속도감으로 인하여 1, 2 두 권을 힘들이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역시 무슨 책이든지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야 읽히는 힘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김진명 작가의 작품들은 항상 급마무리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작품 역시 급하게 마무리된 느낌이 있다. 그럼에도 작품의 완성도를 크게 훼손하지는 않는듯 하여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의식있는 사람들조차 무의식적으로 쓰는 이조실록, 이조백자, 민비라는 말도 역시 일본이 조선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말이었다. 즉, 조선은 이씨의 정권이니 일본이 지배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의식을 암암리에 심기 위해 지어낸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은 처참한 일이었다.  (158쪽)

몽유도원은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를 고발하고 우리의 허술한 대처를 질타함과 동시에 역사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이 주된 골격을 이루는 소설로, 자라나는 세대에서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내용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책의 주제와는 다소 동떨어지기는 하지만 북한과 일본이 수교하며 베풀어진 만찬에서 아키이토 일왕의 만찬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사부분인데 약간 길긴 하지만 옮겨본다.

오늘 북조선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일본 방문을 내외빈 여러분과 더불어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생각하면 가장 가까워야 할 두 나라가 지난 반세기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과거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그리고 이념의 상이함으로 말미암아 가장 가까운 이웃이 되지 못하고 지내온 것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지난날 일본이 조선 반도에 진출함으로써 조선 국민들에게 불행을 초래한 것에 대해 본인은 전 일본 국민과 더불어 통석의 념을 금치 못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이제 불행했던 과거는 역사 속에 흘려보내고 미래를 공동 개척하는 동반자로서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일왕이 만찬사에서 과거 한국에 했던 수준 정도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하자, 김정일은 한 동안 답사를 하지 않고 있다가 아래와 같은 답사를 하였다.

북조선인민공화국의 국방위원장인 본인은 이번 일본 방문의 의미가 지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역사의 고통을 묻어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본인의 방문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본인은 이 자리에서 그러한 본인의 희망이 현실에 근거를 두지 못한 환상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지금 느끼고 있습니다.

본인은 일본의 사과에 의해 과거의 역사가 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본의 진정하고 솔직한 사죄만이 양국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본인은 귀국으로부터 죽임을 당하고 자유와 재산을 빼앗긴 수없이 많은 조선인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서 귀국의 사과를 받아야만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사과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모호한 표현으로 얼룩진 역사를 슬쩍 넘겨버리는 귀국 아키히토 전하의 사과 아닌 사과를 본인은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과거 희생된 수많은 조선인의 원혼이 반대할 뿐만 아니라 지금도 조선을 무시하고 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좌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본인은 이 자리에서 그러한 것을 논한다는 것이 외교 관례에 벗어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과거 귀국과 남조선의 예로 볼 때에 수십 년간 남조선이 귀국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때 남조선은 귀국의 경협자금, 아니 제대로 표현하자면 전쟁 배상금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귀국이 과거에 대한 사죄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자리에는 북조선을 대표하여 본인이 섰습니다. 본인은 진솔한 사과, 혼이 담기고 성의가 담긴 사과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불과 일 년 남짓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도 그토록 정중하고 깊은 사과를 했는데, 36년간이나 한반도를 지배하고 병합한 귀국이 이렇듯 기만적으로 일관한다면 세계의 인민들은우리 조선인이 못나서 그런 것으로밖에는 생각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조선의 젊은이들에게는 국가 정기를 흐리고 귀국의 젊은이들에게는 역사를 왜곡하는 무서운 행위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시기 바랍니다. 본인은 지금 이 자리에서 귀국 아키히토 전하의 진실한 사과가 추가적으로 이루어지길 정중히 요구합니다.

ⓒ뭘더

 

2010/10/26 - 김진명의 최후의 경전을 읽고

2010/07/02 - 김진명의 천년의 금서를 읽다

최근에 올라온 글

TAG

more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