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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희 장편소설 난설헌을 읽고

레이디수 2013. 3. 12. 11:09

‘엎드려 바라건대 이 대들보를 올린 뒤에 계수나무꽃은 시들지 말고 요초는 사시사철 꽃다워지이다. 해가 퍼져 빛을 잃어도 난새를 어거하여 더욱 즐거움을 누리고, 육지와 바다가 빛을 변해도 회오리 바람의 수레를 타고 오히려 길이 살며 은창이 노을에 눌릴 만큼 자욱하며, 아래로 구만리의 미미한 세계에 의지하여 굽어보게 하시며, 구슬문이 바다에 다다르면 웃으며 삼천년 동안 맑고 맑은 뽕나무 밭을 웃으며 바라보게 하시며 손으로 삼소해와 별을 돌리고 몸으로 구천의 바람과 이슬 속에 노니소서.’<백옥루상량문 중에서>

 

난설헌
최문희 장편소설 난설헌
 

 

제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최문희의 소설 ‘난설헌’을 읽었습니다. 난설헌은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의 누이로 허초희라는 본명보다 허난설헌으로 더 알려진 여류시인입니다.

 

조선중기 명종18년에 강릉에서 동.서인의 당쟁시 동인의 영수로 대사간에 오른 허엽과 둘째부인인 김씨의 딸로 태어난 난설헌은 여느 반가의 여자와는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와 가풍 속에서 동생 허균과 함께 스승 손곡 이달에게 시를 배우고 서책을 가까이하며 유복한 유년을 보냈습니다.

 

‘시집오기 전까지 그미는 거울을 좋아했다. 오라버니 허봉이 수신사로 일본에 갈 때 무얼 사다 줄까 물어보자, 그미는 거울이라 했다. 거울은 그미에게 있어 사유의 우물이었고 기다림의 자화상이기도 했다

 

여덟 살 어린 나이에 ‘백옥루상량문’을 지어 난설헌의 천재성은 일찍부터 드러냈던 난설헌이지만 그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난설헌에 대해 열등감을 가진 남편 김성립과의 불화와 시어머니와의 갈등. 어린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난 딸과 아들. 친정아버지의 객사와 오라버니의 유배소식.

 

시대를 잘못 태어난 천재시인 난설헌은 해일처럼 밀려오는 불행에 자신의 슬프고 기구한 삶을 스물 일곱으로 스스로 놓아버립니다.

 

 

난설헌을 읽으면서 400여 년 전 우리 여인들의 삶이 이토록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던가를 생각하니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외모와 빛의 알갱이처럼 영롱한 영혼의 소유자, 세속의 때 묻지 않은 순수, 원망이나 미움, 화를 자신의 내부로 끌어당겨, 시라는 문자를 통해 여과시켰던 난설헌이야말로 아름다움의 표상이었다.’

 

작가가 쓰고 싶었다던 ‘아름다운 여인’의 주인공 난설헌.

최문희 작가의 난설헌을 읽으면서 청초한 초희를 만났고 슬프고도 애절한 난설헌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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