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나의 조국 반 만년 역사위에 찬란하다 우리문화 오곡백과 풍성한 금수강상 옥토낙원 완전통일 이루어 영원한 자유평화 태극기 휘날리며 벅차게 노래불러 자유대한 나의 조국 길이 빛내리라 위의 내용은 누구나 아는 '조국찬가'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가 반만년(오천년)이라고 들어 왔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고구마 백개 심자 (고구려, 백제, 신라)로 이어지는 이천년의 역사만 배워왔다. 아무도 묻지도 않았고, 아무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이와 비슷한 질문을 했다가 "시험에도 나오지 않는 쓸데없는 질문"한다고 핀잔 받은 기억만 있다. 우리의 잃어버린 삼천년에 대한 궁금증을 소설로나마 해소시켜주는 작품을 읽었다. 김진명 작가는 역사적 어느 한 사실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야기를 만드..
나는 차를 세우고 내려 조금 걸었다. 거리는 말랑말랑한 촉감의 물질로 포장되어 있었다.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신비한 소재였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온천수처럼 뜨거운 비였다. 나는 근처의빨간 공중전화 부스로 일단 몸을 피했다. 대찬 소나기였다. 공중전화 부스 안에 서서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고 있을 때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비를 맞으며 잰걸음으로 다가 왔고 그는 서슴없이 내가 있는 부스 문을 열어젖혔다. 나는 남자도 비를 피하려 한다고 생각하며 조금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런데 그는 다짜고짜 주머니에서 뾰족하고 번뜩이는 칼을 꺼냈다. 주방용 식칼 정도 되는왕성한 크기였다. 제기랄, 강도인가? 나는 강도를 만났을 때의 기본 매뉴얼처럼 번쩍 손을 들었다. 좁은 공중전화 부스 안에선 피할 ..
을 지었던 정은궐 작가의 을 읽었다. 앞선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다가 꼬박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1, 2 두권 읽는데 소비하였다. 한때 TV드라마를 통해 스타가 된 4명을 F4라는 말로 묶어 칭했던 것처럼 에도 F4와 같은 주인공 '잘금4인방'이 등장한다. 이들 F4는 에 등장했던 그들이다. 그러니까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의 후속작이 되는셈이다. 요즘 이야기로 시즌2 라고 할 수 있겠다. 물건(?)이 좋다하여 '대물'로 불리는 남장한 낭자 김윤희와 일등 신랑감이라는 뜻의 '가랑'으로 불리는 이선준, 허구헌날 싸움박질을 하고다녀 미친말이란 뜻의 '걸오'로 불리는 문재신, 여자의 치맛폭에서 헤어나오기 싫어 호를 계집녀에 수풀림 '여림'으로 지은 구용하. 이들 4인..
예전에 밝힌 바 있지만, 나는 재미없는 책은 보지 않는다. 때문에 나에게 재미와 더불어 배움이나 느낌이 남는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책으로 취급받는다. 그러한 나의 독서성향에 비추어보면 이 책은 그런 나의 취향에 가장 가까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승부는 바둑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기보가 없다. 그래서 더 쉽게 읽혀진다. '승부'는 아버지와 아들이 이대(二代)에 걸쳐 목숨 걸고 펼친 승부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세래의 '승부'는 책 전체가 한자락 바람 같다. 머물면 흩어지고 소멸하는 바람의 본질 그 자체다. 등장인물들의 면면은 차치하고라도 비극이 미학을 절묘하게 조율해 내는 그의 언어들은 이 암울한 시대에 한줄기 소망과 슬픔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 - 김성동(소설가) 소설 '승부'는 암울한 시대에..
이문열의 '호모 엑세쿠탄스'를 읽었다. 분서갱유를 당했던 이문열 작가가 오래도록 별러 출간한 책이라 사뭇 그 내용에 호기심이 생겼다. 소설가가 소설을 써놓고 제발 소설은 소설로 읽어 달라고 간청해야 하는 고약한 시대가 되었다. 소설이 현실 정치를 발언해서는 안된다는 것, 아니 소설에 작가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이 희얀한 소설론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거기다가 더욱 알 수 없는 일은 소설에 현실 정치의 문제를 수용하는 일을 무슨 괴변이라도 되는 양 핏대를 세우는 이들일수록 지난 시대 그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소설은 어김없이 정치적이었다는 점이다.… 책머리에 나오는 작가의 말인데 시작부터 그 내용이 심각하다. 대충 어떤 주제의 책인지 감은 잡혔다. 내용상 분명 날 선 비판이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