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열고 서평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꼭 적어야지 하면서도 쉽게 적을 수 없었던 책이 박완서님의<나목>이다. 나목은 화가 박수근(1914~1965)을 모델로 한 박완서님의 첫 작품으로, 내가 처음 읽었던 것은 1990년 늦가을 무렵이었다. 문단에 나온지가 올해로 이십년이 된다. 첫 작품이 裸木이었다. 그동안 단행본으로 나왔다가 절판되기도 하고 전집이나 선집에 수록되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손을 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기 작품을 읽으면서 엄정한 객관적 시각을 갖기는 불가능하다. 20년의 세월이 지났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 작품에 대한 나의 애착은 편애에 가깝다. 裸木을 생각할 때마다 괜히 애틋해지곤 한다. 가끔 여지껏 쓴 작품중에서 어떤 것을 가장 ..
김진명 작가의 최후의 경전을 읽었다. 코리아닷컴도 읽었으니 이를 포함하면 두 번을 읽은 셈이다. 개정된 최후의 경전에는 코리아닷컴에서 느꼈던 황당함이 많이 사라져있었다. 사실 코리아닷컴은 한참 인터넷이 부글부글 끓어오를때 발표된 작품이라 다소 현실감이 떨어진 면이 없지 않았다. 최후의 경전은 코리아닷컴의 여러 이야기 갈래 중에서 역사적 부분에만 조명을 비추어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최후의 경전은 원작에 비하여 많이 심플해졌다. 화각을 좁혀 집중도를 높인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작보다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작가 특유의 '급 마무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쉽다. 유대경전 카발라의 72명의 천사 자바 보로부두르 사원 72개의 불탑 소림사 72가지 무예 앙코르와트의 108개의 ..
베스트셀러 작가 김진명이 '몽유도원'이라는 새로운 작품을 출간하였다. 몽유도원은 예전에 발표하였던 '가즈오의 나라'를 제목만 바꾸어 재출간한 것으로 엄밀히 따지면 새로운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즈오의 나라는 1995년 발표되어 2003년 개정판이 나왔고, 이번에는 아예 '몽유도원'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한 작품을 몇 번에 걸쳐 우리에게 권하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관심을 짐작하게 한다. 가즈오의 나라를 읽은지 몇 년이 흐른 터라 새로운 책을 대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김진명 작가 특유의 속도감으로 인하여 1, 2 두 권을 힘들이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역시 무슨 책이든지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야 읽히는 힘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김진명 작가의 작품들은 항상 급마무리..
하병무의 장편소설 '신비'를 읽었다. 덕분에 무더운 이틀밤을 행복하게 보냈다. 단순히 소설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터라 행복이 두배였다. 소설.. 특히 역사소설의 경우 개연성이 첨가된다면 아무래도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그런점에서 작가의 상상력에 정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 39세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잠적하였다'는 가설에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첨가하여 '신비'를 완성하였다. 고정욱의 '원균 그리고 원균'을 보면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 해전에서 전사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몸을 숨겼다'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소설중엔 이처럼 기존 역사에 의문을 담은 책들이 제법있다. 이 모두가 중국사서를 베껴만든 김부식의 '삼국사기' 영향일테지만, 삼국사기를 제외하곤 딱..
기억이 맞다면 묵향은 10여년 전에 1권이 출간되고 현재 26권까지 나온 상태이다. 환타지소설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언제 마무리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후속편이 나오면 한 해가 지났나보나 여길 뿐이다. 묵향을 보던 사람중에는 책이 출간되는 사이에 군대갔다 제대한 총각도 있고, 결혼해서 애를 낳았는데 그 애가 자라서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중년도 있고, 묵향을 마저 볼려고 이민을 미루다가 결국 다 못보고 미국으로 떠난 사람도 있다. 워낙 인기있으면서 신간이 더디게 나오다보니 블로고스피어엔 묵향이란 키워드를 낚시밥으로 하여 낚시를 즐기는 철부지들도 출몰하였는데, 그 철부지들도 그사이에 어른이 되어 낚시대를 거두어 들였고, 본좌도 어쩌다 10년전부터 묵향을 보고 있는데 그 사이 머..
한번 장사 때마다 쉰 명 정도의 순장자들이 죽은 왕을 따라서 구덩이 속으로 들어갔는데, 그 쉰 명 안에는 신하와 백성들의 여러 종자와 구실들이 조화롭게 섞여 있었다. 문과 무의 중신들이며 농부, 어부, 목수, 대장장이가 구실에 따라 징발되었고, 무사와 선비도 있었으며 늙은 부부, 아이 딸린 젊은 부부에 처녀와 과부도 있었다. 순장자들은 왕보다 먼저 각자의 구덩이 속에 누워 왕의 하관을 맞았다. 늙은 부부가 머리와 다리를 거구로 포개고 한 구덩이 속에 누웠고 젊은 부부는 아이를 사이에 끼고 모로 누워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아낙이 허연 젖을 들어내고 젖꼭지를 물려 우는 아이의 입을 막았다. (이상 18쪽) 돌뚜껑이 덮이는 순간, 뚜껑을 밀치고 구덩이 밖으로 뛰쳐나오려는 자들도 더러는 있었다. 군사들이 달려..
동방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나의 조국 반 만년 역사위에 찬란하다 우리문화 오곡백과 풍성한 금수강상 옥토낙원 완전통일 이루어 영원한 자유평화 태극기 휘날리며 벅차게 노래불러 자유대한 나의 조국 길이 빛내리라 위의 내용은 누구나 아는 '조국찬가'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가 반만년(오천년)이라고 들어 왔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고구마 백개 심자 (고구려, 백제, 신라)로 이어지는 이천년의 역사만 배워왔다. 아무도 묻지도 않았고, 아무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이와 비슷한 질문을 했다가 "시험에도 나오지 않는 쓸데없는 질문"한다고 핀잔 받은 기억만 있다. 우리의 잃어버린 삼천년에 대한 궁금증을 소설로나마 해소시켜주는 작품을 읽었다. 김진명 작가는 역사적 어느 한 사실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야기를 만드..
독서생활을 하다보면 손이 쉽게 가는 책과 희얀하리만치 손이 가지 않는 책이 있다. 이번 댄 브라운의 '로스트 심벌'이 손이 가지 않는 책중의 하나였다. 댄 브라운의 신작이 나온 사실을 서점을 통해 알고 있었으나 별다른 이유도 없는데도 선듯 집어들지를 못했다. 사실 평소대로라면 다빈치 코드로 쌓은 댄 브라운의 이름만으로도 구입에 망설일 이유가 없는 책이었다. 그러다가 마침 자주가는 도서관에 책이 꽂혀 있길래 빌려 보았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노래말 처럼 슬프기 그지없었다. 재미 없어서. 댄 브라운류의 책은 한번 잡으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할 정도로 재미 있어야 정상이다. 그의 전작인 '다빈치 코드'가 그랬고 '천사와 악마'가 그랬었다. 굳이 댄 브라운이 아니더라도 몇몇 인기작가들의 책은 그..
나는 차를 세우고 내려 조금 걸었다. 거리는 말랑말랑한 촉감의 물질로 포장되어 있었다.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신비한 소재였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온천수처럼 뜨거운 비였다. 나는 근처의빨간 공중전화 부스로 일단 몸을 피했다. 대찬 소나기였다. 공중전화 부스 안에 서서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고 있을 때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비를 맞으며 잰걸음으로 다가 왔고 그는 서슴없이 내가 있는 부스 문을 열어젖혔다. 나는 남자도 비를 피하려 한다고 생각하며 조금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런데 그는 다짜고짜 주머니에서 뾰족하고 번뜩이는 칼을 꺼냈다. 주방용 식칼 정도 되는왕성한 크기였다. 제기랄, 강도인가? 나는 강도를 만났을 때의 기본 매뉴얼처럼 번쩍 손을 들었다. 좁은 공중전화 부스 안에선 피할 ..
엘리자베스 레어드의 한 뙈기의 땅(A Little Piece of Ground)를 읽었다. 중고서점 한쪽 구석에 박혀 있는 것을 제목에 끌려 고른 것이었다. '안네의 일기'가 나찌에 의해 탄압을 받은 유태인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작품은 유태인때문에 고통을 받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재 이스라엘의 영토는 원래 팔레스타인의 땅이었다.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땅임을 주장하며 강제로 점거하고 국제사회가 이를 공인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라말라 지역은 이스라엘 사람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곳으로 테러사건이 빈번하고 그에 따른 보복공격으로 한시라도 마음놓고 살 수 없는 곳이다. 이 작품은 이곳 팔레스타인 라말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