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니는 학교도서관의 학부모 책꽂이에서 기욤 뮈소의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를 발견했다. 평소 기욤 뮈소의 책들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망설임 없이 골라냈다. 구해줘, 종이여자, 천사의 부름, 7년 후 등 기욤의 책은 출간 될 때마다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사람들이 그의 책을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 작가의 작품을 여러 권 읽다보면 작가의 고유패턴이 보인다. 기욤의 작품은 판타지를 가미한 속도감과 반전이 특징이다.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또한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 장을 넘길 만큼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성공의 가도를 달리던 정신과 의사 에단은 자신의 병원에서 한 소녀가 자살하게 되면서 지금껏 쌓아 온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고 괴한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죽은 줄 알았..
등단 50주년을 맞은 작가가 쓴 황석영의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를 읽었다. 해외문물이 들어오면서 봉건적 신분질서가 무너져가던 조선후기, 이야기꾼 이신통의 일생을 연인인 박연옥이 쫓아가는 내용으로 동학과 증산도가 배경을 이루고 있다. 글을 읽고 들려주는 솜씨가 신통방통하다하여 이신통으로 불리는 이신은 중인의 서얼로 신분의 한계를 알고 자신의 학식과 재주를 거벽 즉 대리시험으로 회한을 풀고, 이야기꾼, 소리광대, 재담꾼 등으로 살다가 ‘천지도’에 빠졌고 동학운동에 참가해 봉기했지만 죽음을 맞는다. 양반과 기생사이에서 태어난 서녀 박연옥은 이신통과의 하룻밤 인연으로 그를 기다리다가 그의 발자취를 찾아다니면서 조각조각 들은 이야기들을 모아 기록으로 남긴다. 비천함을 스스로 감내하기로 작정한 이야기꾼 이신통에 매혹..
김선영 작가의 '시간을 파는 상점'을 읽었다. '시간'이란 소재가 다소 무겁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읽다보니 이야기의 전개가 빨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세상살이가 꼭 그런건 아니지만 보통 무엇이든 지나치게 빠르면 문제가 생기게 되고 또 그 문제를 시간이 해결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무한정 기다려주지 않는 것 또한 시간이다. 이야기는 18세 소녀 온조가 인터넷에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카페를 개설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온조가 운영하는 '시간을 파는 상점'은 시간을 내기 힘든 사람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대신하는 일종의 대행업이다. 온조는 '친구가 훔친 PMP를 제자리로 갖다 놓아달라', '아버지와 갈등을 겪고 있는 할아버지를 만나 점심식사를 대신 해달라', '죽음을 앞두고 미처 못부친 편지를 발송해 달라', ..
이창숙 작가의 두 번째 소설 무옥이를 읽었다. 식민지 말기에서 한국전쟁직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화성, 서울, 부산을 배경으로 주인공 무옥이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책을 유난히 좋아하는 무옥이. 어린나이에 시집을 가서 힘든 시집살이를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무옥이다. '책은 힘이 있구나,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고 기쁘게도, 슬프게도 할 수 있는 게 책이로구나' 무옥이는 책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낀다. 집 나간 남편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무옥이는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 집에서 나오게 된다. 어릴 적 친구 순자와 방직공장을 다니며 현실을 몸으로 느끼고 노동자의 인권을 주장하다 쓰러지는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서 무옥이는 세상과 당당히 맞선다. 어..
권무일 저 의녀 김만덕을 읽었다. 책을 다 읽고도 제때 감상문을 올리지 못한 것은 내용 중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계획성 없이 '닥치고 독서'식으로 양을 추구하는 독서생활을 했으나 기왕의 취미생활을 업그레이드 시켜보자는 의미에서 읽은 책들을 분류하여 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하기로 한 까닭으로 의녀 김만덕을 어디로 분류해야 할 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한국소설로 분류해두면 쉬운 일이겠으나 이왕 제대로 독서생활로 하기로 하였으니 좀 더 세분화 하고 싶었다. 가족끼리(스텔라식 표현하면 셋이끼리) 의논하여 만들어 놓은 기준으로 인물에 관한 책은 전기문학과 전기소설로 분류하기로 하였었다. 그러자면 결국 김만덕을 제대로 알지 않고서는 책의 내용에 ..
피오나 박금숙님의 아름다운 이야기 모음집〈행복한 동행〉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인 피오나님은 한 가정의 아내이자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열혈 블로거이기도 하다. 그러한 그가 그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며 하나 둘 포스팅했던 글들 가운데 59개를 묶어 한권의 귀한 책으로 펴냈다. go 간간히 블로그를 통해 그의 글을 접해오고 있던 나로선 마우스질없이 한꺼번에 많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더 없는 즐거움이었다. 책에는 작가가 관여했거나 목격했었던, 즉 직접 접했던 '사실'들이 투박하지만 담담한 필치로 묘사되어 실려있다. 그러고보니 '피오나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행복한 동행'이라는 타이틀이 내용과 너무 잘 어울리는 듯 하다. '밤 10시만 되면 편의점으로 향하는 노숙자'이야기나 '9천원을 들고 회를 사러 온 초등학생..
피로 물든 여행 레이몬드 데려오기 생선 서류 카지노 마이클의 방 고요한 쉼터 이상한 녀석 7개의 짧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존그리샴의 첫 단편집 포드 카운티를 읽었다. 수록된 단편들은 존 그리샴이라는 작가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법과 관련있는 주제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존 그리샴이 포드 카운티를 통하여 글쓰기 실력을 유감없이 자랑하는 듯하다. 그의 장편들에 익숙한 독자들은 호흡이 짧은 이야기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꼈을 것 같다. 그러나 존 그리샴 특유의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악세사리 같이 가벼운 이야기가 싫을 수도 있겠다. 단편들은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읽을만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에게 힘주어 권하기는 힘들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존 그리샴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격이 떨어지는..
모처럼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작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하나의 소시민의 입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돈문제에 주변강국에 시달리다 급기야 나라까지 빼앗긴 적이 있는 우리의 역사문제를 잘 버무려 달의 제국이란 이름으로 이야기를 엮었다. 시작부의 다소 건조한 이야기 전개로 인하여 읽는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으나 책장을 넘길수록 눈길을 끄는 힘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나 작품속 등장인물 우당의 이완용에 대한 강연내용은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정도로만 이완용을 이해하고 있던 사람들에겐 다소 황당함을 줄 것 같다. 어짜피 소설은 허구인지라 작품의 내용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따질 바는 아니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완용의 입장을 이해못할 것은 아니겠다라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옳바른 역사관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책을..
삼포 가는 길, 장길산 등으로 유명한 황석역 작가의 신작<강남몽>을 읽었다. 야리끼리한 겉표지와 제목이 오해(?)하기 딱 좋게 생겼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산이 있고 강이 있는데 아무래도 어떤 지역의 풍경을 나타내는 듯하다. 확인할 길은 없으나 아마도 개발되기 전의 서울 강남의 모습이 아닐까 추측한다. 왜냐하면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이 강남이기 때문이다. 강남몽은 일제강점기부터 15년 전 어이없이 무너져버린 삼풍백화점 사건때까지의 현대사를 한편의 서사시처럼 엮어 놓았다.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 5장 375쪽으로 이루어진 장편 강남몽은 일반 소설과는 달리 이야기의 전개가 독특하다. 각 장마다 주연이 따로있다. 강남몽의 주인공인 박선녀를 중심으로 그녀의 주변인물들이 각 장의 주연들..
김탁환의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을 다시 읽었다. 이 책에 대한 독서감상문은 이전 블로그에 포스팅 하였지만, 블로그를 단장하며 묵은 글들을 걸러내는 와중에 같이 폐기되어버렸다. 아까뷔~ 하지만 제목처럼 잊혀지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라 다시 읽고 감상문을 새로이 적어본다. 이 작품은 사극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는 조선 숙종시대 장희빈에 얽힌 내용을 담고 있다. 매설가(소설가) 모독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중심으로, '구운몽', '사씨남정기'를 지은 서포 김만중과 장희빈과 그의 오라비 장희재 등 실존했던 인물들이 등장하는 역사 추리소설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이란 제목은 작품속의 주인공 모독이 서포 김만중을 주인공으로하여 '사씨남정기'의 탄생비화를 담아내고 있는 소설의 제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