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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가 조심해야할 로메슈제

별이네(byul) 2010. 10. 19. 21:08
딱정벌레의 한 종류인 로메슈제의 감로에 한번 맛들이면, 그것을 마실 때의 기분을 따라갈 게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로메슈제의 분비물을 마시게 되면 아무리 강인한 의지라도 맥을 추지 못한다. 

실제로 그 물질을 마시게 되면 고통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지력이 작용을 멈추게 된다. 로메슈제를 도시 안에 들여와 그 독물을 마시던 개미가 그것을 공급해 주던 로메슈제가 죽은 뒤에도 어쩌다가 살아남는 경우가 있는데,그러면 그 개미는 새로운 약을 찾아서 어쩔 수 없이 도시를 떠나게 된다.

그 개미는 더 이상 먹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한 채 탈진할 때까지 걷는다. 그러다가 로메슈제를 찾아내지 못하면, 풀잎에 달라붙어 죽음을 맞는다.금단의 고통을 이겨내려고 수없이 물어뜯은 상처를 온몸에 남긴 채로. 

- 소설 '개미' 중에서

며칠전 무거운 것을 들다가 허리를 다쳐 꼼짝을 못하는지라 바깥활동을 못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밀린 인터넷서핑을 실컷했지요.^^
서핑이라야 이웃블로그를 방문하는 정도입니다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거든요.

짧지않은 시간이었다고는 하지만 그사이 많이도 변해있었습니다.
눈에 뜨이는 점은 블로그의 양적 팽창 보다는 질적 평준화라고 해야할까요.
이제 파워블로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모든 블로그들이 일정 수준에는 도달한 느낌입니다.

 

예전에 모 블로거가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파워블로거는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파워블로거지 이젠 그런 경계가 없다고 봐야합니다."

그리고 또하나 눈에 뜨이는 점은 기업 혹은 이익집단의 홍보도구로 전락해버린 블로그가 많아졌다는겁니다. 이익집단의 대변인 역활을 하는 블로그는 나무랄 수 없을것 같습니다. 블로그가 원래 그런 소통의 도구니까요.

문제는 기업들이 주는 달콤한 꿀의 유혹에 빠져있는 블로그입니다. 블로거는 1인 미디어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발행인이자 소비주체들입니다. 그런 블로그가 댓가를  바라고 글을 발행한다면 블로그의 신뢰성에 손상이 있을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그나마 예전엔 순수 블로그정신(?)을 지키려는 블로거가 많다보니 기업에서도 블로그를 잡기 위하여 나름대로 공을 들여야 했는데, 이젠 글을 쓰겠다는 블로그가 줄 서 있다보니 "너희들이 쓴 글 중에서 뽑아서 댓가를 주겠다."라고 하는 모양새입니다. 다시 말하면 "쓰면 주겠다"도 아니고 "먼저 쓰면 골라서 주겠다"입니다. 주도권을 뺏긴 셈이라고 해야할까요. 

그 댓가라는 것도 모기눈알 만큼이나 작다는 것에서 블로그의 위상이 얼마나 추락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광고주들의 입장에선 휘파람을 불 일입니다만 같은 블로거의 입장에서 씁쓸하군요. 사실 블로그들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게되면 광고주들에게도 득될 것은 없지요. 괜히 효과도 없이 돈만 축내는 셈이니까요.

 

 

저도 책을 읽고 서평을 올리고 있지만, 당장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여 엉터리 리뷰성 글을 남발하는 블로그를 보면 흡사 로메슈제의 분비물에 중독된 개미를 보는 느낌입니다. 로메슈제의 분비물이란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푼 두푼... 비록 푼돈이나마 용돈정도를 벌어주는 블로그가 신통방통하겠지만 그렇게 벌어서 살림살이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되겠습니까. 블로그라는 도구가 애초 그저그런 하나의 웹툴에 지나지 않는다면 억울함이 덜 할텐데요.

그렇지만 로메슈제같은 업체들을 비난만 할 수 없는 것은 분명 그들은 시장가격만큼의 돈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나마의 돈이라도 블로고스피어에 유입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흰개미와 꿀벌들은 로메슈제를 가차없이 죽이는데, 우리는 왜 그 재앙의 씨앗이 도시에 반입되는 것을 용인하나요?" 어느날 어린 개미가 이렇게 물었는데, 여왕개미의 대답은 이러했다.

"어떤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거나 그것이 지나가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이 반드시 더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로메슈제의 분비물은, 복용량을 알맞게 조절하거나 다른 물질하고 배합하면, 훌륭한 약이 될 수 있다."

- 소설 '개미' 중에서

결론은 뻔합니다.
블로그 스스로 신뢰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값어치를 높이는 것.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작업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저부터 분발해야겠습니다.^^; ⓒ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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