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미 선생님께서 지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었다. 이 책은 에니메이션으로도 나와 화제였지만 볼 기회가 없어 많이 아쉬웠다. 그렇지만 책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괜찮았다. 이 책의 내용을 말하자면 대강 이러하다. 잎싹이라는 암탉은 양계장의 닭이지만 마당의 닭을 꿈꾼다. 왜냐하면 마당의 닭이 자유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잎싹은 폐계가 되어서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어했다. 폐계가 되면 버려져 밖으로 나갈 수 있기때문이다. 그래서 잎싹은 폐계가 되기 위해서 모이를 먹지 않고 알도 낳지 않는다. 결국 잎싹은 폐계가 된다. 버려진 잎싹은 나그네라는 천둥오리의 도움을 받아 헛간에서 잠시 생활하면서, 알을 품고 키우는 암탉이 되는 꿈을 꾼다. 하지만 잎싹은 헛간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않아 마당식구들에 의해 바깥세상으로 ..
엄마와 도서관에 갔다가 '박병선 박사가 찾아낸 외규장각 도서의 귀환'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예전에 엄마가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보며 재미있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규장각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엄마가 다른 책을 고르는 사이 자리에 앉아 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한자리에서 모두 읽어버렸다. 박병선 박사님은 10살에 뇌막염으로 6개월 정도 밖에 살지 못할거라고 의사가 말했다. 그러나 아픈 와중에도 교육사업을 위한 자신의 꿈을 위해 병을 이기고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책 분류 작업을 하게 된 박병선 박사님은 그곳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금속활자 책인 '직지'를 찾아 내고, '직지'가 우리나라 최초의 금속활자 책이기도 하지만, 세계 최초라는 것도 증명해 보..
조창인 선생님께서 지으신 '동화로 읽는 가시고기'를 읽었다. 책을 읽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었다. 덕분에 엄마로부터 '울보 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가시고기는 물고기가 아니라, 백혈병에 걸린 아이의 아빠를 가시고기에 비유한 것이다. 가시고기가 자신은 보살피지 않고 새끼만 보살피다 죽는 것처럼 책속의 아빠도 자신의 아이만 보살피다 간암으로 죽고, 그 아이는 엄마와 프랑스에서 살게 되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들은 부모님께서 우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엄마니까', '아빠니까'하고 당연하게 여긴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는 부모님의 노력을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고... 부모님이 없었다면 우리들은 이 세상에 있지 못했을 것이고, ..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가족을 책 읽는 가족으로 추천하였는데 이번에 선정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말고도 주위에 열심히 책 읽고 독서활동을 하는 가족들이 많은데... 조금은 황송한 마음으로 도서관에서 책 읽는 가족 인증서와 액자 그리고 상품을 받았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남 부끄럽지 않는 책 읽는 가족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가족들과 약속하였습니다.
최인호 작가의 소설 상도에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이라는 말이 나온다. 조선 후기의 상인이었던 가포 임상옥(1779~1855)이 가포집에 남긴 말이라고 하는데 도무지 그 뜻을 해석할 수 없다. 천부경을 해석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열 글자로 이루어진 문장의 뜻을 몰라 끙끙대는 모습이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고 두심하다.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이라니… 책에도 나오지만, 곧이 곧대로 해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그 뜻을 알고자 새삼 한학을 공부하는 것도 우습기도 하려니와 스스로의 역량을 잘 아는지라 손쉬운대로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궁금증을 해소해보려 했더니... 그 결과가 마뜩찮다. 재물·물·사람·저울 재물과 사람이 문..
피오나 박금숙님의 아름다운 이야기 모음집〈행복한 동행〉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인 피오나님은 한 가정의 아내이자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열혈 블로거이기도 하다. 그러한 그가 그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며 하나 둘 포스팅했던 글들 가운데 59개를 묶어 한권의 귀한 책으로 펴냈다. go 간간히 블로그를 통해 그의 글을 접해오고 있던 나로선 마우스질없이 한꺼번에 많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더 없는 즐거움이었다. 책에는 작가가 관여했거나 목격했었던, 즉 직접 접했던 '사실'들이 투박하지만 담담한 필치로 묘사되어 실려있다. 그러고보니 '피오나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행복한 동행'이라는 타이틀이 내용과 너무 잘 어울리는 듯 하다. '밤 10시만 되면 편의점으로 향하는 노숙자'이야기나 '9천원을 들고 회를 사러 온 초등학생..
피로 물든 여행 레이몬드 데려오기 생선 서류 카지노 마이클의 방 고요한 쉼터 이상한 녀석 7개의 짧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존그리샴의 첫 단편집 포드 카운티를 읽었다. 수록된 단편들은 존 그리샴이라는 작가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법과 관련있는 주제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존 그리샴이 포드 카운티를 통하여 글쓰기 실력을 유감없이 자랑하는 듯하다. 그의 장편들에 익숙한 독자들은 호흡이 짧은 이야기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꼈을 것 같다. 그러나 존 그리샴 특유의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악세사리 같이 가벼운 이야기가 싫을 수도 있겠다. 단편들은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읽을만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에게 힘주어 권하기는 힘들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존 그리샴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격이 떨어지는..
똥은 똥이다 인도를 여행하다 보며 심심찮게 마주치는 풍경이 하나 있다. 살갗이 거무스럼하고 눈이 큰 인도 사람들은 이른 아침마다 물통 하나씩을 달랑 들고 어리론가로 걸어간다. 처음에 나는 그들이 한 끼 밥을 얻기 위해 슬프게 걸음을 옮기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똥을 누기 위해 그렇게들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적한 공터나 흙탕물이 흐르는 개울가를 찾아서 모두들 느긋하게 말이다. 물론 물통의 물은 뒤처리를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철로변에 저만치 쭈그려 앉아 태연히 똥을 누는 사람을 종종 볼 수도 있다. 그런 인도 사람을 보며 손가락질할 권리가 우리에게 없다. 똥이란 모든 동물의 생리적 작용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똥을 눈다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입을 통해 섭취한..
모처럼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작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하나의 소시민의 입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돈문제에 주변강국에 시달리다 급기야 나라까지 빼앗긴 적이 있는 우리의 역사문제를 잘 버무려 달의 제국이란 이름으로 이야기를 엮었다. 시작부의 다소 건조한 이야기 전개로 인하여 읽는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으나 책장을 넘길수록 눈길을 끄는 힘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나 작품속 등장인물 우당의 이완용에 대한 강연내용은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정도로만 이완용을 이해하고 있던 사람들에겐 다소 황당함을 줄 것 같다. 어짜피 소설은 허구인지라 작품의 내용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따질 바는 아니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완용의 입장을 이해못할 것은 아니겠다라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옳바른 역사관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책을..
삼포 가는 길, 장길산 등으로 유명한 황석역 작가의 신작<강남몽>을 읽었다. 야리끼리한 겉표지와 제목이 오해(?)하기 딱 좋게 생겼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산이 있고 강이 있는데 아무래도 어떤 지역의 풍경을 나타내는 듯하다. 확인할 길은 없으나 아마도 개발되기 전의 서울 강남의 모습이 아닐까 추측한다. 왜냐하면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이 강남이기 때문이다. 강남몽은 일제강점기부터 15년 전 어이없이 무너져버린 삼풍백화점 사건때까지의 현대사를 한편의 서사시처럼 엮어 놓았다.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 5장 375쪽으로 이루어진 장편 강남몽은 일반 소설과는 달리 이야기의 전개가 독특하다. 각 장마다 주연이 따로있다. 강남몽의 주인공인 박선녀를 중심으로 그녀의 주변인물들이 각 장의 주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