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나 박금숙님의 아름다운 이야기 모음집〈행복한 동행〉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인 피오나님은 한 가정의 아내이자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열혈 블로거이기도 하다. 그러한 그가 그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며 하나 둘 포스팅했던 글들 가운데 59개를 묶어 한권의 귀한 책으로 펴냈다. go 간간히 블로그를 통해 그의 글을 접해오고 있던 나로선 마우스질없이 한꺼번에 많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더 없는 즐거움이었다. 책에는 작가가 관여했거나 목격했었던, 즉 직접 접했던 '사실'들이 투박하지만 담담한 필치로 묘사되어 실려있다. 그러고보니 '피오나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행복한 동행'이라는 타이틀이 내용과 너무 잘 어울리는 듯 하다. '밤 10시만 되면 편의점으로 향하는 노숙자'이야기나 '9천원을 들고 회를 사러 온 초등학생..
똥은 똥이다 인도를 여행하다 보며 심심찮게 마주치는 풍경이 하나 있다. 살갗이 거무스럼하고 눈이 큰 인도 사람들은 이른 아침마다 물통 하나씩을 달랑 들고 어리론가로 걸어간다. 처음에 나는 그들이 한 끼 밥을 얻기 위해 슬프게 걸음을 옮기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똥을 누기 위해 그렇게들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적한 공터나 흙탕물이 흐르는 개울가를 찾아서 모두들 느긋하게 말이다. 물론 물통의 물은 뒤처리를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철로변에 저만치 쭈그려 앉아 태연히 똥을 누는 사람을 종종 볼 수도 있다. 그런 인도 사람을 보며 손가락질할 권리가 우리에게 없다. 똥이란 모든 동물의 생리적 작용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똥을 눈다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입을 통해 섭취한..
요즘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마음이 들면 몸은 못가더라도 마음이라도 보내자 싶어 여행관련 책자를 뒤적인다. 잠시 차한잔을 마시며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집어 들었다. 알다시피 류시화님은 인도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인도 전역을 여행하며 느꼈던 것들을 '글'로써 발표하는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도 그런 류의 책이다. 책의 시작부분에 나오는 '여행자를 위한 서시'를 음미해보고 싶어서 집어들었는데, 마침 다른 부분이 생각났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 든다. 류시화님이 인도 여행중에 열이틀 동안 스승으로 모신 인도의 요기 싯다 바바 하리 옴 니티야난다로부터 전수받은 세가지 만트라이다. 이 세가지만 기억..
저녁시간에, 간간히 때로는 자주 어울리는 몇 블로거들과 정림에 갔다. 정담을 나누며 식사를 하는데 우리가 왔다는 소식에 먼 길을 달려 함께 자리를 하신 부산환경운동연합의 공동대표로 계시는 정영숙님께서 시(詩)를 한 수 읊어 주겠다고 하셨다. (정영숙님은 '정림'의 주인이기도 하시다.) 차를 마시는 자리가 아니어서 다소 뜨아 했으나 워낙 시(詩)를 즐기시는 분이라, 입에 들어가는 것이 차면 어떻고 음식이면 어떠랴 하는 마음으로 세이경청(洗耳傾聽)할 준비를 했다. 허걱~ 그런데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읊어 주겠다고 하시는거다. 문득 드는 생각.. "그거 무지 긴데…" "그냥 짧은 거로 윤동주나 다른 거로 하시죠?"라고 말할 틈도 없이 시작 되었다.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