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안도현 산문집<사람>중에서
똥은 똥이다 인도를 여행하다 보며 심심찮게 마주치는 풍경이 하나 있다. 살갗이 거무스럼하고 눈이 큰 인도 사람들은 이른 아침마다 물통 하나씩을 달랑 들고 어리론가로 걸어간다. 처음에 나는 그들이 한 끼 밥을 얻기 위해 슬프게 걸음을 옮기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똥을 누기 위해 그렇게들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적한 공터나 흙탕물이 흐르는 개울가를 찾아서 모두들 느긋하게 말이다. 물론 물통의 물은 뒤처리를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철로변에 저만치 쭈그려 앉아 태연히 똥을 누는 사람을 종종 볼 수도 있다. 그런 인도 사람을 보며 손가락질할 권리가 우리에게 없다. 똥이란 모든 동물의 생리적 작용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똥을 눈다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입을 통해 섭취한..
책동굴(Book review)
2011. 7. 23. 0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