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어느 날 홀로 숲속을 산책했다. 때마침 내 다리 아래로 귀여운 꽃이 고개를 숙였다. 그늘에 가리운 채 반짝이며 꽃은 홀로 웃고 있었다. 눈을 보는 것처럼 나를 봤다. 별같이 빛나면서. 허리를 굽혀 꺾으려고 할 때 꽃은 나에게 말하길 나를 줄기채로 꺾으시렵니까? 시들어 버릴 텐데요. 그래서 나는 그 꽃을 뿌리채 떠가지고 돌아와 앞뜰 울타리 가까이에 심었다. 저녁마다 물을 주어 매일매일 자랐다. 지금도 피어 있다. 우아하고 찬란하게 여름이 다할 때까지 내내 꽃피고 있다. - 괴테 나를 줄기채로 꺾으시렵니까? 시들어 버릴 텐데요. …… 하나의 시를 음미하면서 오랜 침묵을 깨고 껍질을 깨트린다 ...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 처음처럼. ⓒ뭘더 2010/01/27 - 비오는 날의 단상 2010/05..
나는 차를 세우고 내려 조금 걸었다. 거리는 말랑말랑한 촉감의 물질로 포장되어 있었다.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신비한 소재였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온천수처럼 뜨거운 비였다. 나는 근처의빨간 공중전화 부스로 일단 몸을 피했다. 대찬 소나기였다. 공중전화 부스 안에 서서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고 있을 때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비를 맞으며 잰걸음으로 다가 왔고 그는 서슴없이 내가 있는 부스 문을 열어젖혔다. 나는 남자도 비를 피하려 한다고 생각하며 조금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런데 그는 다짜고짜 주머니에서 뾰족하고 번뜩이는 칼을 꺼냈다. 주방용 식칼 정도 되는왕성한 크기였다. 제기랄, 강도인가? 나는 강도를 만났을 때의 기본 매뉴얼처럼 번쩍 손을 들었다. 좁은 공중전화 부스 안에선 피할 ..
"내가 울면서 쓰지 않은 글은 남도 함께 울지 않습니다. 내가 정직하게 아파하지 않는 글은 남도 함께 고통을 나누려 하지 않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불의를 노여워하며 쓰지 않은 않은 글은 남들도 함께 분노하지 않습니다. 시란 것도 우리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것이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중에서 도종환 시인이 '접시꽃 당신'에 이어 두번 째 발표한 시집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의 끝트머리에 적어 놓은 구절을 한참이나 보았다. '접시꽃 당신'은 눈물로 씌어졌으리... ⓒ뭘더 당신의 무덤가에 패랭이 꽃 두고 오면 당신은 구름으로 시루봉 넘어 날 따라 오고 당신의 무덤가에 소지 한 장 올리고 오면 당신은 초저녁 별을 들고 내 뒤를 따라 오고 당신의 무덤가에 노래 한 줄 남기고 ..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어느 곳에 어떤 얼굴로 서 있을까 나의 서른에 우린 무엇을 사랑하게 될까 젊은 날의 높은 꿈이 부끄럽진 않을까 우리들의 노래와 우리들의 숨결이 나이 서른에 어떤 뜻을 지닐까 저 거친 들녘에 피어난 고운 나리꽃의 향기를 나이 서른에 우린 기억할 수 있을까 빈 가슴마다 울려나던 참된 그리움의 북소리를 나이 서른에 우린 들을 수 있을까 - 백창우, '나이 서른에 우린' 현실이 나에게 타협하자고 손을 내민다. "악수하면 지는거다" 아~ 니미럴~ 떠거럴~ ⓒ뭘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