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은 어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렸다. 몸이 아파 외출도 최소한으로 하다시피 지내다 보니 시간과의 전쟁이 아닐 수 없었다. 시간을 보내기에 책만 한 것도 없다. 여름내 읽었던 책들을 손으로 꼽아보니 손가락이 모자라고 벌써 기억 속에 사라진 책들도 많다. 책을 읽고 난 다음에는 한줄 평 정도는 했는데 그러고 보니 그마저도 하지 않아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언제 시간을 내어 기억에 남아있는 책에 대한 예의로 몇 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얼마 전 내가 읽은 던 책제목이 ‘추락’이었다. 무심히 도서관의 도서를 정리하다 발견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종 나와 다른 대상을 바라볼 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교수 데이비드 루리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것을 다르다고 이상하게 보거나, 무..
히가시노 게이고의 위험한 비너스를 읽었다. 처음 책을 고르면서 살펴봤을 때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으나 섞어도 준치라고 천하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니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고른 것이다. 모두 읽고 난 지금 간단히 평가하자면, 소위 하는 말로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고 그저 그렇고 그런 작품 가운데 하나라는 것. 책을 펴낸 현대문학엔 미안하지만 돈 주고 구입할 만한 책은 아니다. 생각해보니 현대문학에 미안할 일은 아니다. 현대문학은 내가 서평을 올리는데 책 한 권 보내 준 적 없으니. 그동안 서평은 가급적 좋은 쪽으로 쓰려고 노력해왔다. 기왕지사 좋은 말만 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블로그를 쉬다가 다시 하면서 마음을 고쳐 먹었다. 세상에 좋은 이야기만 정보가 아니지 않은가. 좋..
한 줄 요약 그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 자신을 강의했다. 많은 교수들이 '마지막 강의'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다고 한다. 마지막 강의는 교수들이 그들의 퇴임에 대해 숙고하고 지난 생애를 강연 하는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교수로서의 생이 마감되는 것이지만 랜디 포시는 달랐다. 랜디 포시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마지막 강의를 했다. 췌장암 진단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았던 랜디 포시는 그 누구보다 오래 살 것 처럼 살았다. '마지막 강의'는 랜디 포시가 살면서 중요하게 느꼈던 것에 대해 다룬 책이었다. Ⅰ 마지막 강의 Ⅱ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 Ⅲ 모험······ 그리고 교훈 Ⅳ 다른 사람들의 꿈을 이루게 도와주기 Ⅴ 당신의 인생을 사는 방법 Ⅵ 마지막 한마디 감사의 말 옮긴이의 ..
한 줄 요약 세상은 자신을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음을 아는 것, 그것이 어른이다. 김소진 작가를 민망하지만 나는 잘 모르고 있었다. 김소진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수능을 대비한 책에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 가 단편으로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는 이청준의 '눈길'처럼 1인칭 소설로 주인공 '나'가 현재의 일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어 나간다.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는 과거 시점과 현재 시점이 끊임없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현재 시점의 '나'는 과거를 회상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인물과 그때 그 시절에 대한 묘사를 함으로써 현재와 대조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는 '나'가 짠지 항아리를 깬 것이..
한 줄 요약 우리는 부모님께 사랑이라는 빚이 있다. '눈길'은 예전에 이청준의 '서편제'를 읽으면서 같이 읽은 작품이었다. 이번에는 수능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책의 의미를 생각하며 읽게 된 것이다. '눈길'은 1인칭 소설로 '나'라는 존재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사실 '눈길'을 읽었을 때 '나'라는 존재가 너무 미웠다. 어머니가 자신에게 해 준 것이 없으니 빚이 없다고만 생각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머니를 노인으로 칭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금세 어디서 묵은 빚문서라도 불쑥 불거져 나올 것 같은 조마조마한 기분이었다." "잠이나 자자. 빚이고 뭐고 잠들면 그만이다. 노인에게 빚은 내가 무슨 빚이 있단 말인가." 여기서 '나'가 애써 감추려고 하는 것은 ..
S. J. 왓슨의 내가 잠들기 전에를 읽었다. 읽어야 할 책이 몇 권 밀려있어 망설였지만 책을 건네는 마님이 두려웠기에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들고 바로 읽어버렸다. 기억상실증에 걸린여자가 있고, 사랑으로 그 여자를 지극히 보살피는 남편이 있다. 여자는 매일 기억을 잃어버렸기에 아침에 눈만 뜨면 남편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을 저장하는 장치에 문제가 생기는 전형적인 기억상실증 환자와는 달리 여자는 회로에 문제가 있다. 컴퓨터적으로 표현하자면 하드디스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드디스크에 연결된 케이블에 문제가 있는 셈이다. 남편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남편을 경계한다. 자신의 기억에 문제가 있으니 일기를 적어두라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열심히 일기를 적었던 여자가 "벤(남편)을 조심하라"는 문구가 일..
한 줄 요약 미국의 화려함 뒤에 숨은 그림자 나는 이 책을 내가 자주 가는 도서관의 빌린 책 반납 수레위에서 발견했다. 노란색 표지에 영어 글씨체가 특이했던 그 책은 나의 눈엔 마치 "저를 읽어주세요."라고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응답이라도 하듯 수레위에 올려져있었던 ‘Freedom Writers Diary'를 집어 들었다. 제목이 영어라서 영어로 된 책인가 했는데 펼쳐보니 한글 책이었다. 내용은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었는데 평소 그런 형식의 글을 좋아하는 편이라 ‘Freedom Writers Diary'를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Freedom Writers Diary'는 에린 그루웰이라는 국어 선생님이 자신이 맡은 반 아이들의 일기를 모은 것이다. 에린 그루웰이 맡은 반 아이들은 그..
‘엎드려 바라건대 이 대들보를 올린 뒤에 계수나무꽃은 시들지 말고 요초는 사시사철 꽃다워지이다. 해가 퍼져 빛을 잃어도 난새를 어거하여 더욱 즐거움을 누리고, 육지와 바다가 빛을 변해도 회오리 바람의 수레를 타고 오히려 길이 살며 은창이 노을에 눌릴 만큼 자욱하며, 아래로 구만리의 미미한 세계에 의지하여 굽어보게 하시며, 구슬문이 바다에 다다르면 웃으며 삼천년 동안 맑고 맑은 뽕나무 밭을 웃으며 바라보게 하시며 손으로 삼소해와 별을 돌리고 몸으로 구천의 바람과 이슬 속에 노니소서.’ 제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최문희의 소설 ‘난설헌’을 읽었습니다. 난설헌은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의 누이로 허초희라는 본명보다 허난설헌으로 더 알려진 여류시인입니다. 조선중기 명종18년에 강릉에서 동.서인의 당쟁시 동인의 ..
지난 8년 동안 써놓은 작품들을 모아 읽으며 자신이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것은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 서로 연결돼 있는지도 모르는 채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었다”며 “이따금 나를 행복하게 했던 나의 문장들도 사실은 나 혼자 쓴 게 아니라 나와 연결돼 있는 나의 동시대인들로부터 선물받은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는다”고도 했다. “그래서 이 우울하고 고독한 시대에도 문학이 있다는 것에 나는 아직도 설렌다.” /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이 8년만에 내 놓은 여섯 번째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을 읽었습니다. 일곱개의 단편을 통해 군중 속에 섞여 있으면 잘보이지도 않는 그리 특별할 것 같지 않는 익명의 여인들이 하고 싶은 말들을 작가는 대신 전해 주는 듯 했습니다..
제목에서 비장함이 느껴지는 책을 읽었습니다. 한상복 작가의 ‘여자에겐 일생에 한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그냥 별 생각없이 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이런 책이 왜 이제야 내 눈에 띈거야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랬으면 좀 더 주체적(?)으로 살수도 있었을까요?^^ 이 책에는 연애와 결혼이라는 주제속에 다양하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과 생각들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니까 현재 진행형이거나 미래형일 수 있는 커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할 시점을 맞이하면 대게 “결혼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거 아냐”하는 갈등을 경험해 봤을 겁니다. 선택의 순간에 불안감이 밀려오기 때문이지요. 결혼을 앞두고 찾아오는 불안감을 터부시하는 오류를 꼭 집고 넘어가는 것이 자신을 구제하는 길임을 이 책은 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