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 '자전거 도둑'을 읽었다. 나는 예전에 선생님의 작품 중에 '부숭이는 힘이 세다'를 읽어본 적이 있다. 그때 아빠가 박완서 선생님이 아주 좋은 작가라고 말씀하셔서 그 명성은 알고 있었다. 이 책에는 자전거 도둑 외에도,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시인의 꿈/옥상의 민들레꽃/할머니는 우리 편/마지막 임금님 같은 단편이 다섯개 더 실려 있다. 나는 처음에 단편이라서 좀 얕봤었다. 그런데 의외로 독서감상문을 글로 표현하기란 어려웠다. 이 책의 주인공은 수남이다. 수남이는 돈을 벌어 어려운 가정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서울로 떠난다. 아버지는 수남이가 떠나기 전 이렇게 말한다. "무슨 짓을 하든지 그저 도둑질은 하지 말아라, 알았쟈?" 왜냐하면 수남이의 형이 도둑질을 하여 선물을 사왔다가 잡혀..
블로그를 열고 서평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꼭 적어야지 하면서도 쉽게 적을 수 없었던 책이 박완서님의<나목>이다. 나목은 화가 박수근(1914~1965)을 모델로 한 박완서님의 첫 작품으로, 내가 처음 읽었던 것은 1990년 늦가을 무렵이었다. 문단에 나온지가 올해로 이십년이 된다. 첫 작품이 裸木이었다. 그동안 단행본으로 나왔다가 절판되기도 하고 전집이나 선집에 수록되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손을 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기 작품을 읽으면서 엄정한 객관적 시각을 갖기는 불가능하다. 20년의 세월이 지났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 작품에 대한 나의 애착은 편애에 가깝다. 裸木을 생각할 때마다 괜히 애틋해지곤 한다. 가끔 여지껏 쓴 작품중에서 어떤 것을 가장 ..
산들산들 부는 바람을 맞으며 집을 나섰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싱그러워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늘 하던대로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그렇게 걷는 이유는 내가 오가는 길가에 가로수로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있고, 요즘은 은행알이 익어 바람에 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목적지까지 가다보면 은행알 서너 개씩은 주울 수 있기 때문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은 가을이 익을때로 익었는지 지나는 바람에 은행알이 우수수 떨어져 있었다. 대충 주워가면서 걸었는데 어느새 작은 봉지에 가득찼다. 급히 버려진 비닐봉지를 주워 그속에 넣었는데 한봉지 가득이다. 은행알이 몸에 좋다는 것을 우연히 알고 언젠가부터 가을이면 일부러 사먹지는 않지만, 떨어진 은행알 줍는 것은 재미삼아 열심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