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세상은 자신을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음을 아는 것, 그것이 어른이다. 김소진 작가를 민망하지만 나는 잘 모르고 있었다. 김소진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수능을 대비한 책에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 가 단편으로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는 이청준의 '눈길'처럼 1인칭 소설로 주인공 '나'가 현재의 일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어 나간다.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는 과거 시점과 현재 시점이 끊임없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현재 시점의 '나'는 과거를 회상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인물과 그때 그 시절에 대한 묘사를 함으로써 현재와 대조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는 '나'가 짠지 항아리를 깬 것이..
나는 차를 세우고 내려 조금 걸었다. 거리는 말랑말랑한 촉감의 물질로 포장되어 있었다.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신비한 소재였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온천수처럼 뜨거운 비였다. 나는 근처의빨간 공중전화 부스로 일단 몸을 피했다. 대찬 소나기였다. 공중전화 부스 안에 서서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고 있을 때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비를 맞으며 잰걸음으로 다가 왔고 그는 서슴없이 내가 있는 부스 문을 열어젖혔다. 나는 남자도 비를 피하려 한다고 생각하며 조금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런데 그는 다짜고짜 주머니에서 뾰족하고 번뜩이는 칼을 꺼냈다. 주방용 식칼 정도 되는왕성한 크기였다. 제기랄, 강도인가? 나는 강도를 만났을 때의 기본 매뉴얼처럼 번쩍 손을 들었다. 좁은 공중전화 부스 안에선 피할 ..